GiorgiPorgi

GiorgiPorgi


엘에이의 한적한 다운타운 외곽에 간판도 없이 자리한 GiorgiPorgi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Kendra Nixon.

코 끝을 타고 들어오는 인센스 향기와, 벽에 붙은 이끼 같은 오브제, 필름의 잔상을 연상 시키는 네온 라이팅 아래서 리듬을 타며 커피를 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상케했다.

 

매끈하게 길게 뻗은 테이블 틈 사이로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낯선 얼굴의 손님이라 먼저 말을 걸지 않았나 싶다. 주말 낮이라 동네 주민들, 친구로 보이는 손님들이 테이블에 하나 둘 착석했다 어느새 자리는 꽉 차버렸는데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이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했고, 우리 일행에게 그러했듯 안부를 묻고 커피를 내렸다.


라떼를 두어 모금 마셨을까 Kendra가 다시 말을 걸었다. 필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더니 자신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이어진 카메라, 사진 얘기.

문득 그녀가 일하는 모습, 이 공간, 미소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 카메라로 당신을 찍어보려고 하는데 어때?”라고 물었고 그녀는 매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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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뒤늦게 알았지만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결제하는 걸 깜박하고 있었다. 후다닥 카드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게 뭐람. 카드결제가 불가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이 없어 당연히 가능한 줄 알았는데 큰일이었다. 근처에 ATM기조차 없었기에 계좌를 가르쳐 주면 이체를 하겠다고 실례를 무릅쓰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진 Kendra의 대답으로 인해 일을 대하는 방식과 사람을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사람은 일을 한다. 노동의 대가를 산물로 바꿈이 어쩌면 삶의 유일한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산물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즐겼으면 된 거죠. 오늘을 즐겨요. 오늘은 행복한 일요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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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잔에 담긴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좋은 커피, 좋은 장소, 좋은 사람은 좋은 문화를 만들어나간다. 나아가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한다. 이게 바로 커피가 가진 특수성이자 매력이다. 패션과 필름, 그 밖에 키워드도 마찬가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문화의 지향점 그 처음과 끝엔 결국 사람이 있다.